재일동포 구심점 역할 ‘재일본대한민국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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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건 105] ‘민단’이 유대인 뛰어넘는 조국애·동포애 발휘한 까닭

윤광제 작가승인 2018.02.26 

 

재일동포 구심점 역할 ‘재일본대한민국민단’

6·25 때 학도의용군… 세계 최초 재외동포 참전

 

재일동포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재일본대한민국민단(약칭 민단)이 지난 2016년 10월 3일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재일동포들은 일본인의 차별과 멸시, 모국 동포의 외면과 냉대에다 분단으로 인한 상처까지 삼중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조국이 누란의 위기에 놓이면 언제든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고 대한민국 경제성장에도 당당히 일익을 담당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100만 재일동포의 구심점으로서 권리 찾기 운동과 모국 돕기 운동을 주도해 왔다. 민단 70년사는 재일동포 수난사와 동의어이자 조국 근대화에 헌신한 불멸의 기록이다.

 

주미대사관 경제외교관을 지낸 송하성 경기대 교수(한국공공정책학회 회장)는 “재일동포들은 모국 동포들에게 ‘돈포(돈 많은 동포라는 뜻의 비하 표현)’라거나 ‘반쪽발이’로 불리는 수모와 홀대를 받아가면서도 유대인을 뛰어넘는 놀라운 조국애와 동포애를 발휘해 왔다”고 평가했다.

 

출발 직후 두 조각

초대 민단 단장은 박열

 

1945년 8월 조국이 광복을 맞았을 때 일본에 살고 있던 한국인(조선인)의 숫자는 200만∼210만 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70만 명가량이 일제강점기 말기에 징용으로 끌려간 사람이고 나머지도 유학생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제의 착취와 수탈을 견디다 못해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 현해탄을 건넌 이주노동자였다.

 

이들 가운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눌러앉은 사람이 오늘날 재일동포 1세가 됐다. 학자들은 38선을 갈라 남북한에 미국과 소련이 진주한 당시 상황이나 한국말을 못하는 2세가 모국에서 따돌림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이들의 일본 거주 결심에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방 후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가장 먼저 결성한 전국 조직은 10월 15일 출범한 재일본조선인연맹이었다. 이 단체가 친북 성향을 띠자 이에 반발하는 동포들이 분리돼 나와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고 이듬해 10월 3일 독립운동가 박열을 초대 단장으로 도쿄(東京) 히비야(日比谷) 공회당에서 민단의 전신인 재일본조선인거류민단을 창립했다.

 

1948년 8월 수립된 대한민국의 이승만 정부는 민단을 유일한 재일동포 단체로 공인했다. 민단은 이듬해 1월 주일한국대표부가 설치됨에 따라 이름을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으로 바꿨다가 1994년 ‘거류’란 두 글자를 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단 계열 동포들이 조직 결성 전부터 가장 먼저 한 일은 삼의사(三義士) 유해 봉환사업이었다. 삼의사는 일본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 이봉창·윤봉길·백정기를 일컫는다. 1945년 10월 출옥한 박열 등은 이들의 유골을 찾아 모국으로 봉환, 국민장을 치른 뒤 서울 효창공원에 안장하도록 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때는 한국 대표단의 각종 경기용품과 여비를 지원했다. 그때는 물자가 부족해 일본에도 굶는 사람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1950년 6·25가 터지자 642명의 재일동포 학도의용군이 참전, 이 가운데 52명이 전사했고 83명이 행방불명됐다. 이는 중동전쟁에 참가한 외국 거주 이스라엘인보다 17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의 재외동포 참전 기록이다.

 

지금도 해마다 인천 수봉공원의 참전비 앞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수출 한국의 요람이 된 서울 구로공단도 민단이 제안해 1967년 준공된 것이다. 당시 입주사의 70%가 재일동포 기업일 만큼 재일동포들은 투자와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한은행도 100% 재일동포의 출자로 1982년 설립됐다. 오늘날 제주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감귤 산업도 1960년대 재일동포들이 보급한 400만 그루의 묘목으로 시작된 것이다. 민단은 1970년대 모국 농촌 152개 마을과 자매결연해 새마을운동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서울올림픽 성금과

IMF 송금으로 모국 도와

 

1981년 서울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 재일동포들은 이듬해 재일한국인후원회를 결성했다. 재일동포가 모은 성금 541억 원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일본을 뺀 나머지 해외 지역에서 답지한 성금 6억 원의 90배를 넘었다.

 

올림픽공원 체조·수영·테니스경기장과 미사리 조정경기장, 올림픽회관이 이 돈으로 세워졌다. 민단 부인회 회원들은 7년 동안 매일 동전 10엔씩을 모아 경주 불국사·강릉 경포대·제주 천지연폭포·부여 부소산성·양산 통도사 등 전국 명승지에 수세식 화장실을 지었다.

 

1997년 IMF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도 재일동포들은 민단을 중심으로 본국 송금운동을 펼쳐 4만8천여 명이 10억 달러를 보냈다. 이는 국내에서 350만 명이 ‘금 모으기’에 참여해 거둔 19억9천만 달러의 절반을 넘는 액수였다.

 

재일동포들은 여러 차례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는 등 남북 분단의 질곡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와 치열한 대결 구도를 이뤄오던 민단은 1975년부터 모국방문 사업을 벌여 4만5천여 명의 총련계 재일동포의 고향 방문을 성사시키며 총련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재일동포들은 한국 상품의 일본 수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대일무역 역조를 타개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모국 상품 구매단을 결성해 한국산 제품을 대대적으로 사들였고, 1990년대에는 ‘바이 코리안’(Buy Korean)이란 슬로건을 앞세워 ‘국산품 애용운동’을 펼쳤다.

 

일본에서 도쿄와 오사카(大阪)에 패션 동대문시장이 생겨나고 한국산 김치와 라면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한국산 의류와 함께 ‘3대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것도 재일동포들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 덕분이었다. 한국 TV드라마, 영화, K팝 등 이른바 한류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면에도 이봉우 시네콰논 대표 등 많은 재일동포의 노력이 숨어 있다.

 

주일 한국대표부가 청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할 때 재일동포 서갑호 씨는 도쿄 미나토구(港區)의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주다가 1962년 대지와 함께 통째로 기증했다. 지금 주일 한국대사관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과 3년간 재일동포들의 피나는 모금으로 지어진 오사카의 한국총영사관 등 10개 한국 공관 가운데 9곳이 재일동포들이 기부한 것이다. 해외 거주국 동포들이 공관을 본국 정부에 기증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 움직임

 

외교부가 2년마다 집계해 발표하는 2014년 말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 사는 동포는 85만5천725명으로, 전 세계 718만4천872명의 11.91%를 차지한다. 이는 2년 전보다 4.19%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일본으로 귀화한 동포는 35만5천274명(41.52%)이다.

 

이제는 재일동포사회도 1세, 2세에서 3세, 4세로 옮겨가고 있고 1980년대 이후 건너간 이른바 뉴커머(new comer)의 비중도 높아져서 민단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송하성 경기대 교수는 “일본 주류사회에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올드커머의 장점과 한국과의 연결 고리가 강한 뉴커머의 장점이 결합할 수 있도록 민단이 뉴커머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민단은 중앙본부 아래 6개 지방협의회와 산하 지방본부를 두고 있다. 또 부인회, 상공회의소, 청년회, 체육회, 학도의용군지회, 학생회, 과학기술협회 등을 거느리고 있고 기관지 민단신문과 도쿄한국학교, 오사카백두학원, 오사카금강학원, 교토(京都)국제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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